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태

협동조합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성격이 꽤 달라집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도 그중 하나인데, 이름이 길다 보니 정확히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되면서 이 형태가 빠르게 늘었고, 지금은 지방 소도시의 원도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름을 넷으로 나눠 읽으면 성격이 드러난다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각각 떼어 놓고 보면 이 조직이 무엇인지가 거의 그대로 설명됩니다. 활동 범위를 특정 마을로 한정하고, 그 마을 안의 공간과 시설을 관리하며, 이익을 나누는 것보다 지역의 필요를 앞에 두고, 그 일을 주민이 함께 소유한 조직이 맡는다는 뜻입니다. 특히 사회적이라는 말이 붙으면 법적으로도 성격이 달라집니다. 일반 협동조합은 남은 이익을 조합원에게 배당할 수 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배당에 제한이 있고, 잉여는 대체로 다음 사업이나 지역 환원 활동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수익을 기대하고 참여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에 발언권을 갖기 위해 참여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의 빈자리에서 나왔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국가나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시설을 새로 지어 놓으면 그다음에 반드시 같은 질문이 나옵니다. 이 공간을 앞으로 누가 운영할 것인가입니다.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면 운영은 매끄럽지만 지역과 겉돌고 수익도 지역에 남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행정이 직접 맡으면 인력과 예산이 계속 묶이고,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두 방식 사이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제도화된 것이 주민이 운영 주체가 되는 마을관리형 조직입니다. 사업 기간이 끝난 뒤에도 시설이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이 형태의 존재 이유입니다.

거점시설 운영이 활동의 중심축이다

대부분의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 안의 거점시설을 하나 이상 맡습니다. 복합문화공간일 수도 있고 생활 편의 시설일 수도 있습니다. 그 공간을 관리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일이 기본 활동이 되고, 여기서 나오는 운영 수익이 다시 마을 사업으로 순환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멀리 나가지 않고도 쓸 만한 행사 공간이 생기는 셈이고,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을 이어 갈 재원이 생기는 셈입니다. 시설이 얼마나 쓰였는지가 그 조직의 성과 지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간 운영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대관 수익은 계절과 지역 사정을 크게 타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인건비까지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합이 성격이 다른 사업을 몇 가지 겸합니다. 흔한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에서 나는 원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제조·유통 사업
  • 집수리나 환경 정비처럼 주민 생활에 직접 닿는 생활 서비스
  • 축제와 행사 기획, 그리고 그에 따르는 용역
  • 교육 프로그램이나 마을학교 운영

어느 쪽이든 공통점이 있습니다. 외부에 맡기지 않고 주민이 직접 일자리를 갖는 구조로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사업이 여러 개면 계절에 따라 일이 몰리고 비는 편차도 서로 메워집니다.

이용자와 소유자가 같다는 것

일반 기업과 가장 크게 다른 지점입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조직을 소유한 사람이 같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총회를 통해 이뤄지고, 사업 방향도 주민 의견에 따라 조정됩니다. 출자 금액과 무관하게 한 사람이 한 표를 갖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결정이 느려지는 면은 있지만, 소수가 방향을 뒤집기 어렵고 한번 정해진 방향이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북 김제시 요촌동의 요촌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도 이 구조로 운영되며 거점시설 운영과 축제 기획, 제품 제조와 생활 서비스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마을기업 지정과는 층위가 다르다

두 표현이 함께 쓰이다 보니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법인의 형태이고,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가 심사를 거쳐 부여하는 지정입니다. 둘 다 가진 곳도 있고 하나만 가진 곳도 있습니다. 지정을 받으면 사업비 지원이나 판로 연계 같은 혜택이 따라오지만 조직의 법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지정이 없다고 해서 활동이 제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판단할 때 볼 것

이런 조직과 거래하거나 시설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규모보다 몇 가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최근 공지가 꾸준히 올라오는지, 사업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는지, 이용 조건이 문서로 공개돼 있는지 세 가지면 대체로 판단이 섭니다. 주민이 운영하는 조직이라 담당자와 직접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 애매한 부분은 문의로 빠르게 정리되는 편입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 형태도 갈린다

같은 제도로 만들어졌어도 지역에 따라 실제 모습은 꽤 다릅니다. 관광 자원이 있는 곳은 방문객을 상대하는 사업이 중심이 되고, 농업 기반이 뚜렷한 곳은 원물 가공과 유통이 앞에 옵니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돌봄이나 생활 지원 쪽 비중이 커집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옮겨 오면 대체로 맞지 않습니다. 어떤 자원이 남아 있고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는지부터 세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리하면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의 공간을 주민이 직접 맡아 운영하려고 만든 형태입니다. 거점시설 운영이 중심이고 수익 사업이 이를 받치며 주민이 소유합니다. 이름은 길지만 구조는 단순하고, 준공 이후를 책임질 주체가 필요해서 생겨난 제도라는 점만 알아 두면 이해가 어렵지 않습니다.